PAST
2004년 이후, 작가 정흥섭은 작품의 제작 방식에 있어매우 독특한 전략을 구사한다. 예술가로서 그는 어떠한 이미지도 생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기존의 이미지들을 훼손한다. 적극적인 이미지 훼손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2009년 부터 우리는 그의 작업에 주목했다. 하지만 단 한 장의 이미지도 생산하지 않는 그를 상업 갤러리로서 오랜 시간 지켜본다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작품 세계에 특별한 관심을 두는 것은 그의 독특한 작품 제작 방식이 지닌 예술적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이미지를 훼손시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다. 이미지 본래의 형상일 뿐이다. 가상 케릭터의 옷에 걸린 단추 이미지를 출력하여 단추 형상을 만들고, 인터넷에서 찾은 돌멩이 이미지를 잘게 찢어 붙여 다시 돌멩이를 만든다. 바로 이 사실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이미지 창작 활동이 아닌 인터넷 이미지 검색 활동에 사용한다. 과연 그의 동어반복적인 훼손 행위가 뜻하는 바는 뭘까?
별 볼거리 없는 사회, 그의 네번째 개인전의 제목이다. 스펙타클이 사라진 사회?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온갖 종류의 이미지가 범람하는 스펙타클한 정보화 사회다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정보 네트워크 기술 개발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 이미지를 소비한다.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와 100원 짜리 동전 한 움큼만 있으면 원하는 종류의 이미지를 마음데로 골라 뽑아낼 수 있는 요즘이 아닌가? 이러한 마당에 별 볼거리 없는 사회라니… 다소 궁색해 보이는 듯한 전시 제목이다. 하지만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물난리 통에 오히려 마실 물 찾기가 더 어려운 법, 이미지가 넘쳐날 수록 한 장의 이미지가 지닌 존재 가치는 평가 절하될 수 밖에 없다. 온갖 종류의 이미지가 하루에 만도 수 십만 장씩 쏟아져 나오는 오늘, 그 현기증 나는 사회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수 백, 수 천 장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우리들에게 작가 정흥섭은 스펙타클이 사라진, 별 볼거리 없는 사회를 제안한다. 그 제안은 단 한 장의 이미지가 지닌 가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거대한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 가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GALLERY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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